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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레야!

7. 테오미르와 미닉은 더 많은 의문에 휩싸입니다

습작하면리또마스 2022. 7. 4. 09:34

Photo by Peter Herrmann
Photo by Peter Herrmann

 

마침내 마을에 도착한 미닉과 테오미르.

그러나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적어도 테오미르에게는 그랬다.

그는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어찌나 당황했던지 차마 말을 끝까지 맺지도 못하고 미닉을 향해 사납게 눈알만 부라렸다.

그러나 미닉로부터 별 다른 반응을 얻지 못 하자 그의 팔을 필요 이상으로 세게 툭툭 쳤다.

테오미르가 속삭였다.

 


“이보라요, 사이비 동무. 나더러 덜길 들어가라는 거이아?”

 



두 사람 앞에는 작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교회가 한 채 서 있었다.

생겨난 지는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았고, 모든 방문자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 주겠다는 교단의 넓은 포부를 그대로 반영한양 마을 초입에 입구처럼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 뒤로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웅집해 있는 마을터가 보였다.

동이 트기 전이라 아직은 모두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미닉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심하듯 천천히 말했다.

 



“하긴... 들어가기 싫다면 밖에서 기다려도 상관은 없겠지. 대신 혼자 멀리 나가지 말고 이 근처에 있을 것.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큰일-”

 



미닉이 흠칫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테오미르는 미닉에게 되물었다.

 



“길을... 잃어버린다고?” 

 



그러면서 심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채 삼십 가구도 되지 않는 작고 한적한 마을.

테오미르가 그 이상 무슨 말을 하기 전 미닉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사고 치지 말라는 뜻이다."

“기리니끼리 이래 돕아터진 곳에서 길도 못 찾는 얼간이라고?”

“그럴 수준이나 되면.”

“무슨 뜻이네? 방금 날 무시했네?”

 


발끈한 테오미르를 쓰윽 쳐다보는 미닉.

 


“대답하라우, 사이비!”

 



테오미르가 꼴통임은 분명 하나 그런 말실수라니··· 미닉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자꾸 프레야와 비슷하게 대한단 말이지.


미닉은 난감한 감도 있어 테오미르를 피해 건물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똑똑 


설교단 옆, 좁은 복도를 지난 그는 지부의 담당 사제의 방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천만다행으로 누군가 이미 깨어 있었다.

 



“들어오시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단촐하게 꾸며진 아담한 방 안에 풍채 좋은 중년 사제가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커튼이 쳐져 책상 모서리에 아슬하게 놓인 촛불이 유일하게 어두운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서둘러야 할 서류인지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연신 깃펜을 움직이면서 고개도 들지 않았다.

 

 


“좀 늦었군. 기다리고 있었네."

 

 

 

처음 목소리를 들었을 때 혹시나 했지만···.

미닉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범벅된 얼굴로 미닉이 사제를 불렀다.

 


“토마스 개밥 사제님?”

 



개밥 사제도 퍼뜩 고개를 들었다.

콧등으로 미끌어진 동그란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이내 그도 외쳤다.

 



“미닉 로웰!” 

 



개밥 사제는 위 아래위아래 위위 아래 미닉을 훑어봤다.

요리 보고 저리 보아도 개밥 사제 앞에 서 있는 것은 미닉이 확실했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개밥 사제가 허허 웃으며 문가로 다가가 미닉과 악수한 다음, 지저분한 방 안쪽으로 그를 안내했다.

 



"앉아, 앉게. 이게 대체 얼마만이란 말인가? 가만있자... 내가 마지막으로 자네를 보았을 때가 요단 B지부에 있을 때였으니··· 자그마치 팔 년은 더 되었구먼? 그래, 그래. 팔 년은 더 되었어. 그랬는데 설마 하니 자네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 했네."

"그러는 저야말로 요단에 계셔야 할 사제님을 여기서 뵙게 되어 당황스럽게 그지없습니다."

 


개밥 사제는 잠시 말이 없었다.

 


"...자네의 반응을 보아하니 내 소식을 아직 전해 듣지는 못 한 듯 허이."

"소식이라니요?"

"지금 풀어놓기엔 사연이 좀 기네." 

 



개밥 사제는 벽시계를 힐끔 보았다가 말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이야기 함세. 그래, 그건 그렇고, 아직 자네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구먼? 이 먼 오지까지 어인 일인가?"

 



미닉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미닉이 개밥 사제와 대화하는 동안 테오미르는 교회를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적의 기습에 대비하는 것 만치 아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런 식으로 약간의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이내 평범한 교외일 뿐 이렇다 할 특징이나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테오미르는 출구와 가장 가까운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빛의 에르테라고도 하디 않네?’ 

 



설계가 잘못되었는지 채광창이 있어도 영 어두운 실내를 둘러보면서   테오미르가 생각했다. 

 



'역시 기분 나쁜 장소라우. 달도 이런 곳에서 예배를 본단 말이디.’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중얼거릴 때 미닉이 연단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명랑하게 일어난 테오미르와 미닉이 연단 밑 지하 창고에서 비상용 물과 식량을 꺼내고, 늙은 사제에게 감사와 작별 인사를 고하며 막 떠날 채비를 서두를 때였다.

별안간 벌컥 문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미닉은 환한 빛에 감싸인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이내 검은 윤곽은 값비싼 가죽 옷을 입은, 날렵하게 잘 빠진 몸매의 여자로 변했다.

여자는 입구에서 한 차례 주변을 훑어보았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를 키 큰 젊은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들을 본 테오미르가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시선이 팔린 미닉을 닦달하면서 짐을 챙겨드는 테오미르의 표정이 어두웠다.

두 사람 모두 생소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무언가가 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딱히 짚어낼 수 없는 무언가.

생존에 관련된 어떤 예감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테오미르의 우려와는 달리 여자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회중석의 좁은 복도에서 서로 스칠 때 딱 한 차례 곁눈질할 따름이었다.

여자에게 온 신경이 매여 있던 테오미르는 뛰어난 마족의 오감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뒤따르던 남자와 빙구처럼 부딪히고 말았다.
 
자기도 잘못했으면서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는 테오미르.

 



“눈을 으따 뜨고 다님메?”

 



성질을 내는 테오미르에게 남자가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검은 가죽장갑 낀 두 손바닥을 내보였다.

소매가 당겨지면서 그 사이로 흉하게 일그러진 화상 흉터가 엿보였다.

 



“테오미르.”

 



미닉이 남자에게 작게 사죄하면서 뒤에서 등을 밀자 테오미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왜 이리도 찜찜하단 말인가?

출구에 가까워졌을 무렵 테오미르는 참지 못하고 확인차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와 여자가 막 모퉁이를 돌고 있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테오미르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

여자의 왼쪽 옆구리에 단단하게 잡아맨 붉은 칼집.

그 위로 은빛의 검신이 햇빛에 번쩍이고 있었다.


마을에서 벗어나고 한 시간이 경과하였다.

프레야가 기다리는 사막의 가장자리로 향하는 미닉과 테오미르 사이에는 이렇다 할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무사히 임무를 마쳤음에도 그 둘의 머릿속엔 새로운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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