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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레야!

6. 마족의 정서적 성숙은 나이와 개뿔 상관이 없습니다

습작하면리또마스 2022. 6. 27. 13:37

Photy by Juli Kosolapova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다.

여명의 푸른빛을 맞으며 두 사람은 사막을 나아가고 있었다.

사막의 새벽 기온은 내륙의 한겨울을 떠올리게 할 만큼 추워 냉기에 노출된 얼굴과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낮에는 최고 50도까지 오르는 기후 탓에 새벽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닉은 옷깃을 여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을씨년스럽고 적막한 풍경이었다.

야윈 선인장과 키가 작고 노랗게 바짝 마른 관목들이 드문드문 메마른 풍경 속에서 눈에 띄었다.

저 멀리 황량한 바위산과 메사, 쩍쩍 갈라진 척박한 땅덩어리로만 이루어진 듯 지평선의 끝까지 이어지는 삭막한 풍경 속에선 사람은커녕 짐승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관해 들은 것이 있었다.

외곽의 마을.

오아시스를 개척해 세워진 작은 촌마을에 관한 것이었다.

 



‘기억대로라면 몇 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혹시 몰라 미닉은 지도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길을 안내했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라 가는 길이 가물가물했다.

자칫 실수로 길이라도 잃으면 프레야와 더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혼자 올 걸 그랬나?’

 


미닉의 옆에는 두툼한 양털 모직 로브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테오미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고삐도 잡지 않고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그는 안장 위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완벽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좌우로 힘없이 기우는 머리만 아니었던들 그가 잠들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 신묘한 장면을 구경하던 미닉은 다시 진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던 중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심플한 검은 반지가, 처음 보았을 때 그대로의 광택을 유지한 채 불길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죄와 속박의 표식.

그것이 이리도 가까이에서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니···.

두려움이 새삼스레 대기의 사무치는 추위보다도 더 차갑게,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와 미닉은 반지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곧 마음은 가라앉았지만 단 하나의 기억은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이 모든 회한을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한 지점.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의 기억이었다.

 



‘어쩌면 그때 모두 끝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미닉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가 소매 안주머니를 뒤지며 심각하게 두통약을 찾는데 때마침 테오미르가 늘어지게 하품했다.

가히 3시간 만의 일이었다.

나른하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테오미르는 마지막으로 미닉을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떠억 벌렸다.

 



“기리니끼리...” 

 



테오미르가 신음처럼 내뱉었다.

그러고는 말 등에 쓰러져서는 온몸으로 불만을 마구 표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케 아딕도 여기니? 이쯤이면 도착했어야 하는 거이 아니네? 지도는 제대로 보고 있긴 한 거이야? 설마 길을 잃은 것은 아니갔지? 그렇디 않고서는 분명 도착하고도 남았을 거이라 이 말임메!”

 



마치 이 모두가 미닉 탓이기나 한 것처럼 폭풍 불만을 쏟아냈다.

미닉은 테오미르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테오미르는 항상 권위적인 루시안나와는 사뭇 달랐다.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던 바지만 테오미르는 상당히 어리숙한 것 같았다.

까마득한 오랜 세월을 살았을 악마인데도 말이다.

시간은 한 인격의 성숙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혹은 그저 성향에 따른 차이일까.

그도 아니라면....

생각에 잠겨 있던 미닉이 흠칫 놀랐다.

 



'성향? 인격?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두통 때문에 잠시 어떻게 된 것이리라.

그들은 수백 년은 더 산다는 교활한 악마가 아닌가.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을까?

아니, 그런 건 존재할 턱이 없고, 자신이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생각을 고쳐먹은 미닉은 온 신경을 다시 지도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리 오래 집중할 수 없었다.

 



“사이비 동무. 기 앞으로 얼마나 걸린다 했디?”

“앞으로 1시간 정도는.”

“흐응, 기래?”

 



상체를 일으켜 세운 테오미르가 전방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그가 한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거이 연기 같디 않네?”

 



미닉은 테오미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테오미르의 말이 아마 맞을 것이었다.

마족의 시력은 다른 모든 감각을 포함하여 인간의 능력을 웃돈다지 않던가.

그렇다면...

테오미르가 너무나 신나 하며 미닉을 바라보았다.

 



“으하핫핫, 마을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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