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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레야!

2. 알라스테르는 닥치지 않습니다

습작하면리또마스 2022. 5. 30. 04:28

Photo by Diana Parkhouse
Photo by Diana Parkhouse

 

세 사람과 한 마리의 당나귀 인간이 앞으로 나아갔다.

눈물을 머금고 수도원 가족들과 작별한 프레야를 위로하기 위해서일까.

여행하는 동안 그들을 안내하고 보호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 랄라와 조르단은 과장된 경쾌함으로 이 작은 무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몇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지났다.

어느덧 일행의 앞에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아까 그 마을에서 멈추자고 할 걸 그랬나?’

 


후회하는 미닉의 옆에서 랄라는 더 어두워지기 전 이곳에서 밤을 보낼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나는 주변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그동안 저녁 준비와 잘 준비를 해줭.”

 



각자가 맡은 역할을 위해 군말 없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일행.

미닉이 텐트를 치는 동안 프레야와 조르단은 저녁 준비를 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프레야는 입만 털 뿐이었지만,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이내 냄비에서 수프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끓기 시작했다.

털로 가득한 우락부락한 손으로 냄비를 젓는 조르단의 맞은편에서 프레야가 침을 질질 흘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랄라가 미닉을 도와 마지막 침낭을 풀려는 그때!

장작에서 불씨가 포물선을 그리며 튀었다.

 


"으아이엣!"

 



프레야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치자 미닉이 무심코 손을 뻗어  허리를 잡아 안았다.

 


"조심해."

"응." 

 


쑥스러워하며 미닉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프레야.

머쓱해진 둘을 눈에 띄게 흘끔흘끔 바라보며 입에 미소를 띤 랄라가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둘은 무슨 사이일깡? 설마 이렇고 저렇고 한-”

"으아아아아아니에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프레야는 빨갛게 얼굴을 물들여서는 손을 마구 내저으며 부인했다.

그러나 프레야의 옆에 걸터앉은 미닉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죠. 프레야 너도 그렇지 않아?"

 


프레야 놀라서, 

 


"그 그게 무 무슨 말잉엥욤, 사제에니임. 난 버섯이나 더 따러 갈래."

"위험하니까 너무 멀리 가지 마. 곧 밤이 올 거고."

 



입은 웃고 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숲 속으로 사라지는 프레야.

 


"대답을 피하네엥. 으흐흫.” 

 


랄라의 기이한 웃음소리.

아직은 서로가 어색하지만, 노력하며 그렇게 여행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그들의 지켜보는 두 인물이 있었으니···.

 



“저 반동분자 종간나 새끼들. 혁명만 아니었으면 내래 저놈들을···.”

 




그 말을 들은 알라스테르가 펄쩍 뛰었다.

 



“루도미르 동지! 둑이다니 기리 저질스러운 말은 하디도 마라! 내래 평화과 덩의, 그리고 사랑을 추종한다우.”

 



루도미르를 타이른 알라스테르가 손에 들고 있던 장미의 향을 흠뻑 빨아들였다.

장미는 달콤하고 신선했다.

신이 난 알라스테르가 공중에서 춤을 췄다.

야단스럽게 움직이는 어깨와 골반이 흡사 먼 이국의 무희들처럼 유연했다.

그러면서도 동작이 품은 힘찬 에너지를 보라!

우아하면서도 힘찬 모습은 마치 숲 사이를 유유히 나아가는 한 마리의 사슴.

거대한 수사슴의 모습과 닮았다.

거기에 은은한 달빛 아래 신비로운 실버로 빛나는 타이츠가 다정한 연인처럼 강인하며 남성성으로 충만한 몸에 밀착하여 몸의 굴곡과 긴장한 근육의 움직임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으아아앜!"

 



루도미르는 어린아이처럼 비명만 질렀다.

알라스테르의 적나라한 아름다움이 무방비한 루도미르의 망막에 거침없이 쑤셔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루도미르는 뒤늦게 양손으로 두 눈을 가려 예민한 마족의 시각을 차단하려 했으나, 잔인한 운명이여.

때는 이미 손쓸 새도 없이 늦었다.


루도미르가 발작하듯 몸을 뒤틀었다.

꽉 깨문 잇새로 신음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미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시각은 되돌릴 수 없었다. 

 


"괴뢀뢀라."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라스테르는 마냥 즐거워 보였다.

춤을 추면서 알라스테르가 별안간 과장되게 외쳤다.

알라스테르는 무엇이든지 과장되게 외치는 버릇이 있었다.

 



“보라우, 저들을! Yeah! 보고 있으면 고통스럽다 기 말이디! 뿌뿌.”

“고통? 개소리하디 마라!”

 



루도미르가 버럭 소리쳤다.

빠른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흰자위가 핏발로 붉었다.

 


“기리니끼리 모든 계획을 망치겠단 말이네?”

“동지, 말이 또 왜 그랗네? 그거이 아니라···.”

“경고하갔어. 가까이 오디 마라!”

 



루도미르는 눈 부신 사람처럼 황급하게 앞을 가리며 알라스테르에게 물러서라고 경고했다.

 



“어케 기럴 수 있갔소. 동지 내 말 돔 들어보라우.”

“내 경고한다 하디 않았니? 와 동지는 기 입을 한시도 다물디 않는 거이네?”

“루도미르 동지!”

“이잌, 듣기 싫다! 닥치라우!”


 



하지만 알라스테르는 닥치지 않았다.

알라스테르를 닥치게 할 수는 없었다.

알라스테르를 닥치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그들의 위대한 수령동지, 루시안나 그분 한 분뿐이었다.

(경애하는 위대한 루시안나 수령 동지 만세!)

눈 주위를 꾹꾹 눌러 찍은 루도미르는 어쩔 수 없이 귀를 감싸 막았다.

몸을 돌려 기둥 쪽으로 쭈그리고 앉아 마음속으로 많은 저주의 말들을 퍼부었다.

하지만 알라스테르는 닥치지 않았다.

알라스테르는 절대 닥치지 않았다.

 

 

 


(위대한 루시안나 수령 동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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