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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의 방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한 덩어리가 되었다가 다시 둘로 나뉠 때면 사나운 바람이 대기를 갈랐다.무수한 싸움의 흔적이 빠른 속도로 주변 풍경을 바꾸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며 프레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무능한 자신을 탓하는 것 외에는. “프레야!” 때마침 숲 전체에 울려 퍼지는 날벼락을 듣고 미닉이 달려왔다.그는 프레야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친 데는? 괜찮아?”“난 괜찮은데···.” 프레야가 말을 흐리며 전방을 고갯짓 하자 미닉의 시선이 피 터지게 싸우는 랄라와 조르단, 그리고 테오미르를 향했다. “이건 대체···?”“랄라 씨가 테오미르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 두통을 느끼며 미닉은 눈두덩을 꾹꾹 눌렀다.역시 테오미르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어야 했는데···. “일단 돌아..
해가 저물자 숲의 진정한 주인들이 왕성한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프레야는 커다란 박달나무 둥치에 쭈그리고 앉아 말랑거리는 버섯을 캐고 있었다.프레야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갑자기 하면으은!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서 하며느으오우아아아아으. 나도 당연히! 나도 당연히이익!”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프레야.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모닥불 너머 미닉이 자신을 응시하는 상황이 몇 번이고 재생되고 있었다.그때마다 기습에 튕겨 나온 불행한 붕어처럼 헐떡거리게 되는 것이었다.프레야는 기억 저편에 앉은 미닉을 가리키며 외쳤다. “오브 코스, 베이뷔!” 그 뒤로 이어지는 길고 긴 탄식.왜 그리 대답하지 못했단 말인가?그렇게 기다리던 기회였건만 어쩌자고 도망쳐버렸단 말인가.프레야는 비탄에 잠겨 일대의 버섯을 기계..
세 사람과 한 마리의 당나귀 인간이 앞으로 나아갔다.눈물을 머금고 수도원 가족들과 작별한 프레야를 위로하기 위해서일까.여행하는 동안 그들을 안내하고 보호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 랄라와 조르단은 과장된 경쾌함으로 이 작은 무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그러는 동안 몇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지났다.어느덧 일행의 앞에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아까 그 마을에서 멈추자고 할 걸 그랬나?’ 후회하는 미닉의 옆에서 랄라는 더 어두워지기 전 이곳에서 밤을 보낼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나는 주변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그동안 저녁 준비와 잘 준비를 해줭.” 각자가 맡은 역할을 위해 군말 없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일행.미닉이 텐트를 치는 동안 프레야와 조르단은 저녁 준비를 했다.사실 대부분의 경우 프레야는 입만 털 뿐..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이 하늘을 태울 듯 빨갛게 물들였다.불길한 적색.그림자가 길어질수록 어둠이 몰려왔다.악이 활개를 치는 어둠의 시간.그것은 죄의 시간일 터다.미닉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숲의 가장자리를 서성였다.그는 이 모든 일에 의구심이 들었다.손 쓸 새 없이 어긋나는 상황이 한밤중 지독한 악몽 같았다.혼란스럽게 머릿속을 헤집고 뒤흔들며 난리통을 치는가 하면 타르처럼 끈끈하게 들러붙어 놓아주질 않았다.어둠에 사로잡히듯 생각에 빠져들수록 진정할 수 없었다. ‘미친 짓이지.’ 이성은 그렇게 다그쳤다.죄의 골이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었다.그러나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일도 있다.그 일이 설사 자기를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넣는 일일지라도.그렇다.그녀만은 어떻게든, ‘프레야만은 무슨 수를 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