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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레야!

3. 프레야는 두 번 절규합니다

습작하면리또마스 2022. 6. 6. 11:32

버섯
Photo by Landon Parenteau

 

해가 저물자 숲의 진정한 주인들이 왕성한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프레야는 커다란 박달나무 둥치에 쭈그리고 앉아 말랑거리는 버섯을 캐고 있었다.

프레야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갑자기 하면으은!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서 하며느으오우아아아아으. 나도 당연히! 나도 당연히이익!”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프레야.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모닥불 너머 미닉이 자신을 응시하는 상황이 몇 번이고 재생되고 있었다.

그때마다 기습에 튕겨 나온 불행한 붕어처럼 헐떡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프레야는 기억 저편에 앉은 미닉을 가리키며 외쳤다.

 



“오브 코스, 베이뷔!”

 



그 뒤로 이어지는 길고 긴 탄식.

왜 그리 대답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게 기다리던 기회였건만 어쩌자고 도망쳐버렸단 말인가.


프레야는 비탄에 잠겨 일대의 버섯을 기계적이고도 신속한 동작으로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물에 가까운 본능적인 감각으로 제자리에서 펄쩍 뛴 프레야는 싱싱하고 탱탱하던 버섯을 으깨면서 반사적으로 주먹 쥔 손을 얼굴 가까이 들어올렸다.

부릅뜬 눈은 어둠 깊은 곳을 향했다.

 


“누구야?”

“나라우.”

 


테오미르가 모습을 드러내자 프레야는 주먹쥔 손을 내렸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괜히 역정을 냈다.

 


“야! 죽을래? 갑자기 그렇게 나타나지 말랬지? 다치고 싶은 거야? 그래서 그래?”

“시끄럼메.”

 



테오미르가 손을 벌리자 빛나는 작은 구가 떠올라 그들 주위를 맴돌며 어둠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깜빡이던 프레야는 그제야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디 아네? 자각이나 하고 있는디 묻는 거이야.”

 



테오미르는 프레야를 흘기면서 말했다.

그 거침없는 말들에 프레야는 테오미르을 향했던 고마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부은 얼굴로 입술을 삐쭉거려도 잠자코 들었다.

짜증은 났지만, 모두가 지나치게 맞는 소리였다.

별 수 없었다.

그러나 테오미르도 1절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프레야가 진심으로 반성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테오미르는 그놈의 입을 제때 다물지 못하고 덧붙였다.

 



“하긴 동무 따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디. 꼭 크게 다쳐봐야 아~ 내래 이케 멍청했시요, 할 거이야. 민폐도 작작임메.”

 


참지 못한 프레야가 쥐고 있던 버섯을 던졌다.

테오미르는 가볍게 몸을 피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너러 사람 귀찮게 하는 거이도 유분수디. 내래 기 빚만 없었더라도 동무 따위 조금도-“

“아까 분명히 미안하다고 말했지?”

“아니. 그러티 않았수다.”

“내 말은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타이밍에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니?”

 



프레야는 이제 버섯을 무더기로 던지고 있었다.

얼굴에 버섯이 두어 번 튕기자 테오미르도 마침내 화를 냈다.

 


“지금- 잠깐 던디디- 잠깐 던디디 말고 내 말 들으라우! 내래 뭐라 했간- 던디- 던디디 마라!”

 



테오미르이 프레야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는 프레야를 향해 그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가만히 있디 못 하간?”

"놔, 이 바보야. 아프니까 당장 놓으라고!”

“내래 어쨌다고 이러는-"

 



말을 하다 말고 테오미르이 느닷없이 프레야를 앞으로 밀쳤다.

엉덩방아를 찧은 프레야는 테오미르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박힌 투박한 단검을 보고 놀란 눈을 하였다.

그녀의 앞으로 테오미르가 한 발 나섰다.

 


“누간?”

“호잇!”

 



기이한 기합 소리가 숲속을 메아리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가온 랄라가 테오미르의 측면을 빠르게 후려 찼다.

옆으로 쭈욱 밀리며 테오미르가 짧게 신음했다.

얻어맞은 팔을 기점으로 온몸이 찌릿찌릿 저렸다.

 



“너로구낭, 그 대비책이라는 녀석이?”

“뭐라는 거이야? 잠꼬대함메?”

“그래도 그렇지, 우리 마스코트를 그렇게 험하게 다루면 곤란하다구유.”

“마스···뭐?”

“누가 보면 치한인 줄 알겠엉.”

 



프레야가 대화에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두 사람 다 진정해요! 다 설명할 수 있어요. 랄라 씨 얘는 내 꼬봉이에요. 날 해치려 하지 않았다고요!”

“뭐라-”

“아니, 내 말은 친구예요! 둘이 있다가 하나가 죽어도 좋을 그런 친구라고요.”

 


랄라는 싱긋 웃었다.

 



“어머, 걱정하지 말아용, 프레야. 그런 건 이미 미닉 사제에게 들어서 알고 있답니다. 난 그저 실력이 쪼꿈 궁금할 뿐이에용. 내 등을 맡기려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지 안심이 되지 않겠어용?”

“아까부터 자꾸 뭐라카니?”

“그럼 시작한다?”

“내래 별로-”

“합!”

 



기합을 넣기가 무섭게 단숨에 두 사람 간의 거리를 줄인 랄라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 형태는 단순했다.

어디를 노리는지 빤할 정도로.

아니.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피했다고 생각한 찰나 주먹이 예상치 못한 궤도로 비틀리며 테오미르의 턱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마미.’

 



엄청난 충돌음이 숲의 사이사이로 퍼져나갔다.

붙어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쭉 밀려 나왔다.

 



“오오!”

 


놀라움을 드러내는 랄라.

 



“막아낸 고얌? 하지만 어떻게?”

 



테오미르를 흥미로운 눈으로 살피던 랄라의 표정이 일순 싸늘해졌다.

그녀의 눈은 미약한 푸른 기운으로 감싸인 테오미르의 오른팔을 향하고 있었다.

 


“너 이 새낑.”

 



랄라는 일그러진 얼굴로 테오미르를 노려보았다.

 


“인간이 아니로구나?”

“···기타면 어쩔 거이네?”

 


어둠 속에서 검의 잔영이 은빛 호를 그리며 한순간 빛에 번뜩거렸다.

랄라의 느닷없는 습격에 테오미르은 구사일생으로 몸을 비틀어 칼날에 기도가 베이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긴 머리카락은 그렇지 못했다.

아연실색 해하며 주변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던 테오미르의 얼굴에도 서서히 노기가 퍼졌다.

 



“마족. 넌 여기서 좋은 말 할 때 뒈지는 게 좋을 거예욤.”

 



랄라는 은빛의 페스카즈를 찌를 듯 앞으로 내밀었다.

조소는 더욱 짙어졌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테오미르는 랄라의 도발에 발끈했다.

 



"뒈져? 이 내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그는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까불디 마라, 슬레이어.”

'바보야, 너마저 흥분하면 어쩌자는 거야?'

 



급작스러운 상황 악화에 프레야는 어쩔 줄 몰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조르단이 우렁차게 테오미르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랄라도 조르단에게 시선이 빼앗긴 테오미르의 정면으로 돌격했다.

 


“안 돼!”


프레야의 절규가 어두운 숲속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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