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방
13. 본과 클로드는 예술 사상이 과격한 테트리스입니다 본문
그들의 이름은 본과 클로드.
테러 아티스트, 즉 테트리스라는 생소한 말로 자신들을 소개한 떠돌이 예술가들이었다.
“···그 경계를 넘어서고 무너뜨리는 존재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거야. 왜냐? 내가 무시할 수 없도록 처음부터 그놈들의 머리통에 팍팍 처넣어 줄 거거든."
"팍, 팍, 팍!"
예술 사상이 참으로 괴상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펑, 하고 아름답게 터져 나가."
오므렸던 손을 활짝 펼치며 꿈꾸듯 몽롱해진 눈빛으로 본이 말했다.
얼룩덜룩한 흉터 때문만 아니라면 상당히 곱상한 얼굴에 눈매가 길고 가늘었다.
말하는 내내 셔츠 깃을 건들거나 소매를 접었다 펴는 등 손을 한시도 가만히 두질 못 했다.
"파괴는 곧 현실! 그리고 빠밤!"
"빠라빠라빠밤!"
그의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추임새와 장단을 맞추는 인물은 클로드였다.
검은 머리를 똑 단발로 산뜻하게 자른 여자였다.
원래가 과묵한 타입 같았다.
그녀는 본의 말에 추임새만 넣으며 한두 번 대화를 거들 뿐이었다.
"그럼 그 얼굴도 예술하다 그리 됐단 말이에요?"
무례한 프레야는 본의 화상 흉터를 거리낌 없이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본은 녹아내려 모양이 다소 뭉그러지고 잘 안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이건 영감 좀 얻어보려다가..."
"영감?"
"뽕!"
클로드가 외침에 본이 재빨리 클로드를 돌아보며 쉿, 하고 검지를 입술 앞에 세웠다.
본과 클로드가 하는 말은 대체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뱉는 듯한 단어의 나열로 프레야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갭을 알아서 이어 붙어야 했다.
게다가 그들은 어찌나 충동적인지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일을 해치웠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열에 들떠 이야기하다 말고 본은 가방을 뒤적였다.
그 안에서 그는 푸른색 병을 세 개 꺼냈다.
"자자, 마시자고."
그가 그중 하나를 프레야에게 건넸다.
그녀가 주저하면서도 받아서 들자 본의 입가가 장난스럽게 위로 솟구쳤다.
"마시고 죽자!"
"원샷, 원샷, 원샷!"
클로드도 옆에서 손뼉을 치고 부추겼다.
분위기가 들뜨자 멋도 모르고 프레야는 그것을 한 차례 꿀꺽 삼켰다.
목구멍으로 불덩이를 삼킨 것만 같았다.
음료는 무척이나 썼다.
목이 타는 듯했고 톡 쏘는 냄새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속이 메스꺼워진 프레야가 중간에 병을 내려놓으려 하자 본이 재빨리 손가락으로 병의 밑부분을 받쳐 들었다.
"잠깐, 잠깐, 잠깐. 그러면 안 되지."
본의 푸른 눈이 프레야를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건 한 번에 다 마셔야 하는 거라고."
"자~!"
클로드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럼 클로드 레인저, 먼저 잠수하도록 하겠슴다."
목소리와 말투가 술에 취한 것처럼 꼬여 있었다.
클로드는 곧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프레야는 눈을 꼭 감고 남은 음료를 마저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
"다시 말해 봐."
불빛이 어른거리는 미닉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화를 삭이며 그가 다시 물었다.
"지금 프레야에게 뭐라고 했다고?"
"뭐라 한 거이 중요하간? 그 네자, 동무에 대해 아두 크고 단단한 오해를 한 모낭이라우."
테오미르가 말했다.
특히 '크고 단단한'이라는 부분에서 괜히 목소리를 높였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랄라의 어깨가 한 차례 크게 들썩였다.
조르단은 조용히 목조각을 내려다보았다.
입맛을 쩝 다시는 그 눈빛이 어째 슬퍼 보였다.
같은 순간 미닉의 머릿속에도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있었다.
대부분 저 빌어먹을 악마를 향한 살의로 충만한 것들이었으나 입 밖에 내기를 그만두고는 그저 아주 짧게 신음 비슷한 한숨만 토해냈다.
오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간 프레야가 벌써 몇 시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미닉은 그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웠다.
"걱정말라우. 기케 그 네자도 어른이 되디 않았겠니."
미닉의 살의를 한 차례 더 증폭시키는 말을 내뱉은 악마는 크게 하품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도 늦었으께니 슬슬 찾으러 가보실..."
조르단이 일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까."
무언가 테오미르의 볼을 빠르게 스쳤다.
따끔함을 느낀 자리에 스멀스멀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커진 눈으로 테오미르가 입을 떠억 벌렸을 때였다.
"적이오!”
조르단이 대신하여 크게 소리쳤다.
레트로 갬성 판타지
뇌 빼고 썼던 소설
(sinc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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