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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레야!

10. 미닉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습작하면리또마스 2024. 10. 5. 09:40

Photo by Roger Starnes Sr
Photo by Roger Starnes Sr

 
 
 
프레야 일행이 마을로 이어지는 흙길에 들어선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던 초저녁 무렵이었다.

사막 허허벌판에서 발길로 다져진 도로의 출현은 지친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곧 음식다운 음식과 푹신한 침대에서 잘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침묵 속에서도 활기가 돌았다.
 
 
 
그러다가 변화를 먼저 눈치챈 것은 테오미르였다.
 
그는 샐쭉하게 눈을 뜨고는 목을 길게 뺐다.

별말은 없었으나 서둘러 말을 몰기 시작했다.

그와 속도를 맞추는 일행은 테오미르의 태도가 단순히 어린애다운 성급한 성향의 일부라고만 짐작했다.
 
그러나 마을이 전방에 보이기 시작하자 광경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하나둘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헐..."

 

하도 황당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미닉.
 
그곳은 더 이상 마을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마을의 초입을 지키던 교회 건물이 폐허처럼 무너졌고, 그 뒤의 집터는 검게 그을렸다.
 
 
 
깜짝 놀란 미닉이 단숨에 교회 폐허까지 달려갔다.

나란히 그를 따라간 테오미르가 돌무더기와 마을터를 쭉 둘러보았다.

조르단의 등에서 내린 프레야가 말없이 미닉의 곁으로 가는 동안 랄라는 침묵하는 조르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들 모두의 시선이 정처 없이 주변을 방황했다.

 

"여기가 정말 그 마을이란 말양?"

 

랄라의 말은 질문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웠다.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미닉이 가까이 있던 교회의 무너진 돌무더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프레야가 울상을 짓고 미닉의 팔을 움켜잡았다.

 

"오빠...."

"습격을 받았다면 사람들이 아직 깔려 있을지도 몰라. 늦기 전에 구해야 해.”

“사이비 동무, 괜한 힘 빼지 말라우.”

 

테오미르가 말했다.

 

"너기엔 아무도 없다.”




창백한 안색으로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미닉이 물었다.

테오미르는 대답하지 않고 미닉과 프레야를 지나쳐 시커먼 마을 터의 중간에 섰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혀 잠시 바람을 느끼는 듯했다.

 

"탄내는 있디만..."

 

서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마른바람에 실린 그의 목소리가 곧이라도 끊어질 듯 나직하였다.

 

"그와 함께 풍겨야 할 냄새가 없수다."

"있어야 할 냄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응, 테오미르?”
 


프레야의 질문에 저무는 해를 등지며 테오미르가 천천히 일행에게로 돌아섰다.

그가 프레야를 향해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잘 익은 고기 냄새 아니겠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미닉이 벌컥 화를 냈다. 
 



"기타면?"

"이 자식이!"

 

그러고는 대번 그 불만을 불같이 표시하며 테오미르에게 달려드는 미닉.
 
프레야가 그들을 막기는 무리였다.

되려 팔꿈치에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기만 했을 뿐.

그녀는 짤막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프레야!"
 


랄라의 째지는 외침에 실랑이를 벌이던 남자들의 움직임이 일순 멈추었다. 

 

"나,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얼굴을 감싸 쥔 프레야가 코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행을 향해 내젓는 손바닥에 붉게 피가 비치고 있었다.
 


"으이궁! 프레야 꼴을 좀 보라고들. 제발 둘 다 진정해."
 


랄라가 프레야를 부축하며 하얗게 눈을 흘겼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 놈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잖아."

"하!"

 

서로 다른 의미에서 동시에 반응하는 두 남자.

다시 마주 본 그들은 씹어먹을 듯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하며 험악하게 분위기가 이어나가려 했다.
 
보다 못한 랄라가 주먹을 들어 올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랄라가 주먹에 힘을 꼭 주자 불끈하고 힘줄이 솟아올랐고, 미닉과 테오미르는 귀신같이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미닉 사제, 네 마음이 어떤지는 이해해. 악마 표현이 좀 거시기했다는 것도 안다고. 하지만 그 말이 진정 무슨 의민지 마음부터 진정시키고 잘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용?"

 

미닉은 잠자코 땀이 푹 절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눈을 깜빡였다.

그를 흘끔 일별한 테오미르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탄 살가죽 냄새는크녕 이 근방에선 시취조차 나지 않수다. 노 근래 피를 흘린 사람이 없다는 거디."

"내 말이 그거야!" 

 

짐짝처럼 프레야를 조르단에게 넘긴 랄라는 팔짱을 끼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누군가 무슨 이유로든 빈집에 불을 지른 거라공. 그리고 그 누군가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필시 어떤 계약이 있었을 터! 오호홓, 이거야 참! 완전 근사한데? 간만에 미스터리의 스멜이 풀풀 풍기는걸? 호기심이 무지 동한다고!"
 


신이 난 랄라가 허공에 팔을 마구 휘저으며 본인의 미스터리에 대한 열정을 마구 표현해 댔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조르단은 들러붙는 털가죽 셔츠를 등에서 떼어내어 흔들었다.

 

'랄라, 그녀는 너무 기뻐하는군.'
 


조르단은 자기 생각을 입밖에 내지 않았으나 묵직하게 내려앉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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